[2021 서로예술페스타] 오석근 <之 _ 민가연구>

  • 전시일
    2021.12.29(수) ~ 2021.12.29(수)
  • 전시시간
    12.29
  • 장소
  • 티켓
    무료
  • 관람연령


 

 

<之 _ 민가연구> 결과 공유회  _ 오석근

 

 

2020년 가좌4동에 관한 아카이브 지도를 제작하면서 재미있게 계단이 놓인 가좌4동의 주택에 관심을 가졌고 2021년 올해 그 주택들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제목은 <之 _ 민가연구>.

 

12월 29일 수요일 가좌4동에 위치한 ‘마을극장 나무’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작업결과를 공유함은 물론 가좌4동 함께 답사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때 귀엽게 만들고 있는 소책자도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12월 29일 (수)
14시 – 15시 : 동네 답사 
19시 – 20시 : <之 _ 민가연구> 작품발표 및 소책자 소개

 

장소 : 마을극장 나무 (인천 서구 가좌동 328-4, 2층)

 

* 가재울마을의 인천광역시 "더불어마을" 선정 결과공유회와 함께 합니다.

 

주최, 주관 : 복숭아꽃
협력 : 가재울마을
후원 : 인천광역시 서구, 인천서구문화재단

 

 

------------------------

 


之 : 민가 연구
之 : Zigzag _ Study of Private House


실용펑크, 액체계단

 

 

집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주(住)로, 인간의 생활 문화를 담은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집을 바라보는 것은 그릇에 담긴 우리의 삶과 미시적인 사회문화사를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좌동의 주택은 주안염전을 매립한 곳에 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한 주안국가산단이 들어서면서 지어지기 시작했다. 산단의 노동자를 적극 수용하면서 농촌마을인 가좌동의 정체성은 공단 배후의 주택단지로 바뀌었다. 이때 노동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거나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 각 층으로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동선이 무언인지 고민하여 대문 위로 계단을 놓거나 3층으로 가파르게 연결되는 계단을 놓는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계단을 설치하였다. 실용성을 그 어떤 가치보다 최우선을 둔, 즉 기능이 강조되고 동일한 방법이 지역에서 보편화 되면서 특정적인 주택 다자인이 자리 잡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 건립 당시 집 내부에 화장실을 만들지 않고 외부 계단 아래에 공용화장실을 만들어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집 내부에 화장실을 만들어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외부 공용화장실은 대부분 창고 등으로 변하였다.
가좌동의 집들은 건립 당시 법에 따라 지하를 파 방공호로 갖춰야 했으나 주안산단의 노동자 거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 방공호를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어 세를 놓기 시작했다. 많게는 13-15세대가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이 공간은 대부분 공실이지만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나둘 그 공간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 외에 가좌동의 주택에는 약 40여년 동안 사용자의 취향과 미감에 따라 내.외부를 수리, 보수, 증축한 흔적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가좌동
가좌동은 가재울과 건지골, 감중절리 그리고 능안말이라는 세 개의 자연취락이 있던 곳이다. 갯골과 바다를 마주하며 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으며 윗나루와 아랫나루가 있어 배를 통해 인천 원도심을 왕래하거나 서울, 김포, 강화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해왔다.
1907년 마을 앞 갯벌에 우리나라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주안염전이 대한제국에 의해 조성되었고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 전매청, 1963년 대한염업(주)이 관리, 운영하였다. 한국전쟁 이후 마을에 ‘개발단’이라고 불리던 전쟁 피란민들이 일부 지역에 정착하기도 하였으며 1967년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경인고속도로가 착공되고 1968년부터 1974년까지 대한염업(주) 소유였던 주안염전이 소금 생산 기능을 상실하면서 매립되었고 그곳에 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한 주안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다. 1984년경에는 대부분 논과 밭이었던 가좌동 땅을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에서 매입하고 함봉산 아래 있던 밭의 토지를 이용해 논(떡 방죽)을 매립하여 평탄화하고 대규모 주택지를 조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 함봉산 아래 학운정 일대에서만 예전 농경사회였던 가좌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가좌4동의 주택은 주안산업단지 노동자들의 거주 수요를 반영하여 단독주택보다는 다가구주택 형태의 건축물이 주를 이루게 된다. 또한, 다가구가 거주하였기 때문에 각 세대의 동선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건축물에 다양하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계단을 설치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기존 주택의 형태를 뛰어넘는, 개성 넘치는 주택군의 형성으로 연결된다.
현재 가좌4동은 시흥 시화공단의 확장으로 많은 공장이 이전함은 물론 공장의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해 유입 노동자 수가 줄어들고 노령인구 비율이 높은 마을이 됐다. 또한, 마을 인근에 두산아파트가 입주하고 라이프아파트의 재건축이 진행되는 등의 변화가 생기면서 재개발 관련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최, 주관 : 복숭아꽃
후원 :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광역시 서구
비평 : 박석태
디자인 : 스튜디오 ODT

 

 

------------------------

 

 

알고 보면 흥미로운 ‘건설’의 세계  - 박석태/미술비평


1.
너무 흔해 “이것도 사진 작품인가.” 싶은 기묘한 사진들을 본다. 흔하디흔한 ‘양옥’ 혹은 ‘단독주택’, 줄여서 ‘주택’이라 부르는 살림집은 어느 동네에나 무표정하게, 떼를 이루어, 늘 심상하게 거기에 있다. 원래 너무 흔한 대상을 그럴듯하게 찍으면 기묘해 보이기 마련이다.

 

2.
이른바 다세대주택을 찍은 사진을 보며 건축과 건설의 차이를 생각한다. 본래 건축이란 건설의 하위 개념에 속한다. 건설이 건축기술을 포함해 토목, 조경 등 건설 전반을 통칭하는 말이라면, 건축은 그중 특히 건축물을 축조하는 의미에 그친다. 이 둘은 가치중립적 개념이다.

 

3.
다시 엉뚱하게도 우리의 의식 속에 잠재된 건설과 건축의 의미 전도에 대해 생각한다. 왠지 건설이라는 말에는 모래바람의 열기와 땀 냄새가 물씬 배어 있는 듯하다. 과거 건설 다음에 오는 말은 당연히 ‘역군’, ‘경기’, 혹은 ‘붐’이었다. 건설의 역군, 건설경기, 건설 붐과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이 앞에 붙어도 좋다. 반면 건축은 사정이 좀 다르다. 건축은 고상한 학문과 예술의 영역을 아우르는 말로 통용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그것을 하는 사람의 이름도 다르다. 건설은 노동자가 하는 것이고, 건축은 아티스트가 하는 것만 같다. 건설가는 없어도 건축가는 존재한다. ‘집 장사’는 당연히 건설업자의 몫이 된다. 건설은 익명성을 지닌 집단 노동의 영역으로, 건축은 남다른 재능과 감각을 지닌 예술가의 몫으로 호명된다. 하여 대중에게는 건설학 개론은 없고 건축학 개론은 있다. 이쯤 되면 건설과 건축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3.
다시 ‘흔한’ 주택 사진을 본다. 계단과 난간이 시선을 끈다. 그것을 만든 재료는 늘 비슷하다. 계단은 두터운 철근콘크리트나 앙상한 철 구조로 만들어졌다. 간혹 계단을 따라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난간을 덧대어 안전을 확보하기도 한 경우도 발견된다. 주로 2층 거주공간 외부에 설치된 난간은 기능과는 별개로 장식취미가 엿보여 흥미롭다. 어떤 집의 난간은 연속되는 아치-마치 이슬람의 ‘뾰족한 아치(pointed arch)’를 연상시킨다-로 장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 신전의 열주처럼 보이는 난간도 눈에 띈다. 혹은 전통 한옥 난간의 풍혈(風穴)처럼 크고 작은 타원형으로 구멍을 숭숭 뚫은 경우도 있다. 20세기 초 시각예술계를 강타한 구성주의의 산물처럼 보이는, 단순화한 패턴을 투각하기도 한다. 그렇다. 자세히 보니 이처럼 재미난 구경이 따로 없다. 오히려 최근에 설치한 스테인리스 난간은 지나치게 기능에만 충실해 보여 보는 맛이 덜하다. 장식취미 말이 나온 김에 처마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콘크리트 건물임에도 어떤 집의 처마 밑에는 한옥의 서까래와 공포를 닮은, 구조와는 상관없는 요철이 베풀어져 있다. 마치 목조건축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다 쓴 미륵사지석탑처럼 20세기에 지어졌음에 분명한 콘크리트 살림집에도 한옥의 DNA는 박제되어 있다. 볼수록 흥미로운 ‘건설’의 세계다.
이제 계단의 쓰임새를 볼 차례. 어찌 된 일인지 사진 속의 계단은 하나같이 대문을 통과해 바로 2층으로 이어진다. 쭉 뻗은 모양으로 한 번에 연결되기도 하고, 집 구조에 맞춰 기역 자 모양으로 꺾이기도 했다. 비를 피할 요량으로 반투명한 캐노피를 단 것도 있다. 공간이 좁은 집 중에는 숫제 대문 위 상인방 위에 철제 계단을 설치해 아래층으로 연결한 아크로바틱한 경우도 발견된다. 안 되면 되게 하고,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여기에 쓰는 말일 성싶다. 이게 끝일까? 이어진 상인방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띠와 대문 줄무늬의 색깔도 ‘하늘색’으로 통일한 반짝이는 감각이 살아 숨 쉰다. 이쯤 되면 줄무늬 작업이 트레이드 마크인 개념미술가 다니엘 뷔렝(Daniel Buren)이 울고 갈 만하다.

 

4.
앞서 이야기했던 건설과 건축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 사회에서 건설은 이른바 ‘집 장사’의 영역으로, 누구도 고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특별한 장소에 위치하지도 않으며, 싼값으로 누구나 살 수 있는 무언가를 말한다. 결국, 우리가 그런 건설에 주목한다는 것은 시각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짐을 의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의 이미지에 주목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지에 주목한다는 것은 기존 비평의 담론과는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건축이 그 체계 안에서 규정한 규칙을 엄정하게 따른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우열이 가려지는 세계라면, 건설은 다른 규칙을 따른다. 이때 건축과 건설은 이른바 고급문화와 하위문화라는 말로 치환이 가능하다. 고급문화가 자본이나 권력의 힘에 의해 이미지의 문법과 기능을 조절하는 데 비해 하위문화는 그와는 전혀 다른 체계가 작동한다. 물론 거기에도 자본이나 권력의 힘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건설된 집의 수만큼이나 개별적인 삶의 형태가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것이 건설의 본질적 경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 등이 지적한 대로 구시대의 패러다임이 유효성을 상실했다는 말로도 표현 가능하겠다. 즉, 이미지는 그 개체의 수만큼이나 개별적인 삶을 가진다. 또 그처럼 다양한 이미지는 다시 자기 증식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다종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살며 각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은 겹치는 동선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었으리라. 그로 인해 다소 기묘한 모양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해도, 거기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 투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이해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전통적 미감이라는 경직된 기준으로는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다고 해도 어쩌랴. 건축이라는 말 속에 품은 감상과 자긍의 영역 밖에는 투박하지만 정직한 삶의 태도가 철과 콘크리트처럼 웅혼하게 밴 건설의 영역이 있음에야. 그뿐인가. 화려하지 않아도 살뜰하게 생활 공간을 장식하는 마음 씀씀이를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그러고 보면 ‘집 장사’라는 말, 이제 더는 비아냥으로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대로 송신자는 하나되 수신자는 셀 수 없고, 수신자가 지닌 삶의 맥락은 더 많을 터이니. 흔하디흔한 집을 찍은 사진에 말이 사뭇 길었다. 이제 눈을 돌려 각자의 집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다. 알고 보면 흥미로운 ‘건설’의 세계가 거기에 있을지니. 아, 지금까지 ‘흔한’ 집 사진이라 불렀는데, 실은 흔한 대상에서 비범함을 찾는 작업을 보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그 특별한 경험의 순간에 비평이 개입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에 집과 그 이미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바로가기